나무와 종이로 만든 창은 한국, 중국, 일본에 모두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서 보이는 풍경은 서로 다릅니다.
한국은 창호지를 살의 안쪽에 발랐습니다. 그래서 방에 앉으면 나무살이 아니라, 빛이 밴 종이 한 장을 마주하게 됩니다. 살은 사라지지 않고 종이 너머에 그림자로 남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반대쪽에 발랐습니다. 실내에서 나무 격자가 그대로 드러나죠. 같은 재료로 만든 창인데, 앉은 사람이 보는 화면이 달라집니다.
빛이 번진 종이 면. 살은 은은한 그림자로 비칩니다.
나무 격자가 그대로. 종이는 창 바깥에 있습니다.
밖에서는 선(線)으로, 안에서는 면(面)으로 보이는 창. 주남철, 「집의 얼굴 창호」, 월간 국가유산사랑 2015년 4월
무늬를 만드는 방법도 갈렸습니다. 중국은 살을 새기고 칠했습니다. 얼음이 갈라진 모양, 엽전 모양처럼 그림에 가까운 무늬가 발달했고 검붉은 칠과 금장식이 더해졌습니다.
일본은 격자를 촘촘히 짜는 쪽으로 갔습니다. 무늬는 늘어나도 반듯한 격자라는 골격은 그대로 남습니다.
한국은 살대를 짜서 무늬를 만들고, 짜임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띠살, 용자살, 아자살, 완자살, 정자살, 빗살… 이름이 곧 무늬입니다.
중국
새기고 칠한 무늬
쑤저우 망사원
일본
균질한 격자의 반복
쇼지
한국
짜서 만든 무늬
완자살
가물가물의 전면 격자는 완자살입니다. 卍자를 이어 붙여 사방으로 끝없이 뻗어가는 살로, 끊이지 않는 복을 뜻합니다.
사찰만의 무늬는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의 침전과 사대부집 안방처럼 사람이 오래 머무는 방에 이 살을 썼습니다. 매일 시간을 보는 자리에 두기에 어울리는 무늬입니다.
한국 창호가 만들던 빛의 방식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보는 사람은 종이 면을 마주합니다. 창호를 안에서 보던 방식 그대로입니다.
완자살을 표면에 그리거나 뚫어낸 것이 아닙니다. 3D 프린터로 한 층씩 쌓아 올려, 두께를 가진 실제 격자로 만듭니다.
화면에 얹은 숫자가 아니라, 격자 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빛입니다.
참고 — 주남철, 「집의 얼굴 창호窓戶」, 월간 국가유산사랑 2015.4 · 「만자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황선영, 「한·중·일 창호 비교를 통해 본 조선시대 궁궐 창호의 형태」, 명지대학교 석사논문, 2003
사진 — 중국: Master of Nets Garden window by Kramer1123, CC BY-SA 4.0 (일부 잘라 사용) · 일본: JapaneseShori2 by Ümit Yaldiz, CC BY-SA 3.0 (일부 잘라 사용) · 한국: 창덕궁 후원, 솥긱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