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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저녁 방 테이블 위에서 은은한 주황빛으로 17시 19분을 표시한 가물가물 창호시계

GamulGamul · Prologue

시계가 아니라, 작은 창을 만들었습니다

빛을 막지 않고 거르는 것 — 오래된 창이 하던 일을, 이 시계가 합니다.

KC 인증(적합등록): R-R-SotG-GAMUL30

옛집의 창은 안과 밖을 자르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 주었습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바깥의 빛과 계절이 방 안으로 천천히 스몄습니다.
가물가물은 그 경계의 감각을 방 안에 들여놓은 오브제입니다.

가물가물

기억이나 빛이 또렷하지 않고, 은은하게 떠오르는 상태를 이르는 말.

시간의 감각

바쁜 일상 속 시간은 어느 순간 문득 흘러가 있습니다.
'가물가물'은 그렇게 희미하게 남는 순간들의 감각입니다.

빛과 공간

창호지를 통과한 빛은 강하지 않고 은은하게 퍼집니다.
오브제의 빛도 또렷하기보다
'가물가물'하게 번지며 한국적인 미감을 전달합니다.

"가물가물" — 또렷하지 않아 더 오래 남는, 빛과 시간의 기억.

어둠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일반 디지털시계의 파란 LED 숫자

쏘아붙이고, 알려주고, 끝나는 빛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화면과 표시등은 대체로 또렷하고 차갑습니다.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려주지만, 그 빛 앞에서 방은 좀처럼 쉬지 못합니다.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도, 숫자는 홀로 선명하게 떠 있습니다. 시간을 알려주는 일이 꼭 이렇게 눈을 찌르는 방식이어야 할까, 생각했습니다.

한지와 나무 문살로 이루어진 한옥 창호

창호는 빛을 거르는 문이었습니다

한옥의 창은 달랐습니다. 빛을 밀어내지도, 다 들이지도 않고 한지 한 장으로 걸렀습니다. 그렇게 걸러진 빛은 방을 밝히는 대신, 방에 조용히 스몄습니다. 안과 밖을 가르는 벽이 아니라, 둘을 부드럽게 이어 주는 경계였습니다. 우리가 옮기고 싶었던 건 창호의 모양이 아니라, 그 빛의 태도였습니다.

밝은 거실 테이블 위에서 연녹색으로 시간을 표시한 가물가물 창호시계

그래서 시계가 아니라, 작은 창을 만들었습니다

격자의 결은 한옥 창호의 완자살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숫자는 이 창 너머에서 떠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종이 뒤로 가라앉습니다. 창밖 풍경이 그러하듯, 시간도 요란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벽에 난 작은 창을 잠깐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워집니다.

창가 테이블 위에서 은은한 파스텔빛으로 시간을 보여주는 가물가물 창호시계
어둠 속에서 붉고 푸른 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가물가물 창호시계 클로즈업

어두울수록, 또렷해지는 빛

이 빛은 환한 곳에서는 조용히 물러나 있습니다.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종이 안쪽의 빛이 비로소 또렷해집니다. 스스로를 내세우기보다, 어둠이 내린 뒤에야 가만히 곁을 밝힙니다. 그래서 하루가 저무는 시간에, 가장 부드럽게 켜져 있습니다.

개발 중 기판 옆에서 따뜻하게 빛나는 가물가물 프로토타입

그 빛을 찾기까지

종이를 지난 빛이 눈에 편안하게 닿기까지, 오래 헤맸습니다. 너무 밝으면 방을 눌렀고, 너무 여리면 시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빛의 밝기와 종이의 두께, 살의 간격을 조금씩 바꿔 가며 그 사이 어딘가의 균형을 찾았습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에 닿는 빛은, 그렇게 여러 밤을 지나 겨우 도착했습니다.

전통 한지 닥지 아래로 은은하게 비치는 가물가물 창호시계의 숫자

부드러움은 종이의 몫이라서

이 빛의 결은 기계로 낼 수 없습니다. 결국 빛을 부드럽게 만드는 건, 마지막에 덧입히는 종이 한 장이기 때문입니다. 전통 창호에 쓰이는 닥지를 창호풀로 한 장씩 손으로 붙입니다. 한 점을 완성하기까지 여러 날이 걸리고, 같은 결의 빛은 두 번 나오지 않습니다.

벽에 걸린 가물가물 창호시계

벽에 걸면, 창이 하나 늘어납니다

테이블에 세워도, 벽에 걸어도 됩니다. 벽에 걸면 방에 없던 작은 창이 하나 생긴 것 같고, 선반에 두면 곁에서 낮게 빛나는 등이 됩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 자리의 저녁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선반 위에 세워 둔 가물가물 창호시계 원형 테이블 위에 세워 둔 청록색 가물가물 창호시계

이 창이 필요한 방이 있다면

가물가물 창호시계의 첫 이야기는 와디즈에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금은 다음 만남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계는 여전히 한 점씩, 손으로 완성됩니다.
그때까지, 당신의 방 어느 자리에 이 작은 창을 낼지 미리 떠올려 봐 주세요.

천천히 만든 물건은 곁에 오래 남습니다.
당신의 방에 은은한 빛이 오래 머물기를, 솥긱(SOTGEEK)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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