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ulGamul · Story
그 빛 안에서, 시간이 은은하게 떠오릅니다.
가물가물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떠오르는 모양. 한지 너머로 숫자가 은은하게 떠오르는 모습에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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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창호를 보며, 그 선으로 숫자를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창호의 선을 따라 숫자를 만들고, 한지 너머로 빛을 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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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창은 한지 한 장으로 빛을 걸러 방 안에 들였습니다. 가물가물은 그 창의 모양과 함께, 빛이 들어오는 방식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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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는 한옥 창호의 완자살에서 가져왔습니다. 숫자는 그 살 사이, 종이 너머에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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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낮에는 또렷하게, 해가 지면 방의 밝기를 따라 빛도 조용히 낮아집니다.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도 눈을 찌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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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타입을 만들며 여러 종류의 한지를 대어 보았습니다. 종이마다 빛을 통과시키는 정도와 퍼지는 모습, 드러나는 질감이 달랐습니다. 숫자가 보이면서도 한지의 결이 살아 있도록, 종이와 빛을 조금씩 맞춰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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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지는 닥나무 껍질로 뜬 종이입니다. 긴 섬유가 얽혀 있어, 빛은 그 결을 따라 천천히 번집니다. 장마다 결이 달라, 같은 빛은 두 번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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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큰 불을 끄고 이 빛만 남겨 두세요. 벽에 걸어도, 탁자에 세워도 됩니다.
천천히 만든 물건은 곁에 오래 남습니다.
지금은 다음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솥긱(SOTGEEK) 드림